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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자 인터뷰] 놀이에 마음을 더해 아동을 치유하다

놀이에 마음을 더해 아동을 치유하다. 놀이치료사 김미성

 

글. 사진 황혜경┃osimeo@naver.com
사진 최희영┃joyglory96@naver.com

 

 

부모의 역할도 자식의 역할도 모두가 처음이기에 서투르기만 하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나누며 성장하지만, 상처를 나누며 아파도 한다.
그런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다.
아동이 가진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놀이치료사 김미성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놀이치료사 김미성 선생님의 인터뷰 하는 모습이다.

▲ 놀이치료사 김미성 선생님의 인터뷰 하는 모습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강북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놀이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김미성입니다.

 

선생님께서 일하시는 강북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이름에 가장 함축적으로 나와 있죠. 아동 청소년들의 심리적 어려움과 고충을 상담하고 지원해주는 곳이에요. 필요하다면 청소년의 자립 지원이나 다양한 복지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요. 가족 캠프나 부모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건강한 가족문화가 형성되도록 돕기도 하고요. 청소년 가족 복지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놀이치료사로 일하고 계신데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주세요.

놀이치료사는 놀이를 매개로 한다뿐이지 아동 심리치료가 중심이에요. 아동은 본인이 겪는 힘든 상황이나 고통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잖아요. 사실 어른도 마찬가지인데 하물며 아동은 더 힘들겠죠. 그래서 놀이를 통해 그 힘든 부분이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해소하면서 심리적 위안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놀이치료는 아동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대상이 되나요?

강북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는 아동에서 청소년까지 다 아우르고 있는데 놀이치료 특성상 청소년에게 적용하기에는 유치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청소년은 충분히 언어로 상담이 가능한 연령이기 때문에 대부분 놀이치료로 의뢰가 오는 대상은 유아나 아동인 경우가 많죠.

 

그렇다면 어떤 아동을 대상으로 놀이치료를 하게 되나요?

아동이 갖고 있는 심리적 고충이 너무나도 다양하잖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기관마다 중점을 두고 있는 특성이 있는데 아동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발달 장애, 지적장애, 자폐라든지 병리적 부분에 중점을 맞춰서 발달 적인 지체를 사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중점을 두는 기관이 있는 반면에 강북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는 정서적 어려움이나 열악한 환경에 의해서 파생될 수 있는 문제들인 학교 부적응 등의 아동이 많이 와요.

▲ 강북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전경이다.

▲ 강북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전경이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런 아동 심리치료 분야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었는데요. 예전보다는 아동 심리치료 분야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인가요?

예전에는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 혹은 정신과라고 하면 부모님들의 거부감이 상당히 컸잖아요. 요즘에는 매스컴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고 특별히 병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해줄 수 있도록 심리치료가 도움을 준다는 인식이 많이 넓어 졌어요. 그래도 상담을 하다 보면 아동 부모님이나 본인의 아동이 심리상담 받는 것이 노출되지 않았으면 하고 우려하시는 부모님들이 아직은 있어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개방되어 있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요즘에는 학교에서 위기 아동들을 대상으로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장착되어있어서 상담센터로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어릴 때 아동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맞아요. 예전에는 너무 몰라서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거나 폭력에도 노출된 채 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반면에 요즘에는 너무 정보가 무방비하게 범람해서 어려운 점이 있어요. 관심 있는 부모님들은 많이 검색해보고 오시는데 왜곡된 방향으로 치우쳐 갈 때는 안타깝기도 해요. 전문가에게 맡기기 이전에 이미 나름대로 판단하시고 소신 있게 ‘난 훈육과 양육을 잘하고 있어.’ 하고 밀어붙이시는 부모님들이 계세요. 자녀를 잘 알아야 하고 자녀에게 맞는 상담이 필요한데 인터넷에서 나도는 정보들로는 위험하죠.

 

놀이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나요?

센터로 의뢰가 들어오면 센터에서 청소년 상담이 필요한지 놀이치료가 필요한지 아니면 미술치료가 더 적합한지 판단해서 치료사분들께 아동이 배정돼요. 그럼 제가 배정받은 아동의 부모님과 접수 상담을 하죠. 부모님과 함께 의뢰된 경로나 의뢰 사유, 주 호소 문제를 상담하면서 아동의 전반적인 환경을 파악하는 거예요. 그다음에는 치료를 하고 잘 이루어지면 치료를 종결하고요.

▲ 강북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의 놀이치료실 모습이다.

▲ 강북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의 놀이치료실 모습이다.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 여러 치료 분야가 있는데 놀이치료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저는 아동 심리치료를 전공했어요. 아동 심리치료를 하는데 매체를 놀이를 이용해서 하느냐 미술도구를 이용해서 하느냐의 차이가 있는 거예요. 가장 아동이 접근하기 쉬운 매체가 놀이이고, 아동 심리치료를 공부하면 놀이치료에 대해 기본적으로 배우게 되거든요. 선택할 때에는 치료사의 강점을 많이 살리면 될 것 같아요. 또 아동 심리적인 문제의 양상이나 연령대에 따라서 매체를 놀이를 이용해서 하는지 미술로 하는지의 차이도 있어요. 저는 놀이치료사이지만 미술을 좀 더 활용할 수도 있죠. 만약 놀이를 통해서는 아동이 소극적이어서 표현하기 어려워할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진득하게 옆에서 봐줄 수 있는 모래 놀이치료를 할 수도 있고요. 또 지적장애나 자폐 아동에게는 인지 치료가 맞기도 해요. 아동에게 맞는 가장 적합한 매체나 치료이론 등을 찾아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사가 정말 유능한 치료사라고 생각해요.

▲ 놀이치료실에 있는 치료 교구이다. (1)

▲ 놀이치료실에 있는 치료 교구이다. (1)

놀이치료사로 일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저는 대학원에서 아동 심리치료를 전공하고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요. 놀이치료사뿐만이 아니라 심리치료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관에서 대학원 과정을 공부한 사람을 원하더라고요. 일선에서는 민간자격증 취득만으로 일을 하려 하거나, 그럴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한 자격증만으로는 취업하기가 힘들어요. 일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겠죠.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어떠셨나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혹독하구나. 예상은 했지만. 아동이 안고 있는 문제를 들여 다 봤을 때 너무너무 다양하고 부모 상담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더라고요. 아동 심리 치료는 아동과 치료사만의 관계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아동, 치료사, 양육자가 같이 가야 치료가 이루어지는 건데, 아동이 다양한 만큼 양육자도 너무 다양해요. 양육자에게 아동을 이해시키고 치료사와 함께 삼박자로 나갈 수 있도록 중재를 해야 하는데 간혹 그게 어려운 경우가 있어요. 자기 생각이 너무 뚜렷한 부모님이나, 치료사가 다해주길 바라는, ‘나는 몰라요. 여기 데리고 왔는데 왜 내가 해야 해?’ 와 같은 다양한 부모님을 함께 이끌고 치료를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또 치료사로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항상 고민이고 걱정이 돼요. 일을 하면 할수록 없어지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보람 있는 순간들도 있으셨나요?

보람이라면 아동이 치료 후 좋아졌을 때 가장 보람이 있죠. 가장 기억이 남는 게, 예전에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가정환경에 의해 분노와 불안을 가진 아동이었어요. 그런데 센터 시설이 정말 열악했죠. 기본적으로 아동이랑 치료를 하려면 독립적인 공간이 마련돼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독립된 공간은 없고 넓은 교실 중 한쪽에서 치료를 해달라고 의뢰가 들어온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동이 불안해하지 않게 파티션이라도 준비해 달라고 요청하고, 놀잇감도 전혀 없어서 놀잇감이랑 미술 재료를 제가 항상 직접 가져갔어요. 다른 아이들이 쳐다보고 하는 와중에도 파티션을 쳐놓고 치료를 약 8개월 이상 했는데 정말 전 걱정이 됐어요. ‘이 아동이 좋아질 수 있을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러던 중에 5, 6개월이 넘어가면서 아동이 좋아지는 게 보이는 거예요. 담당 복지사 선생님께서도 아동이 너무 좋아졌다고 얘기해주셨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죠. 아동의 주된 생활패턴이 집과 학교이기 때문에 부모님은 상담시간에 매번 뵙지만, 담임선생님과의 교류가 아동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진행 과정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거든요. 그래서 담임선생님하고도 통화를 하는 편인데 아동이 많이 좋아져서 마음을 열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하시는데 정말 보람을 느꼈어요. ‘열악한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건 진심이 담긴 치료사의 마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다른 아동은 학대를 받던 아동이어서 마음의 문을 못 여는 아동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치료 회기가 끝나고 저를 꼭 안고 가는 거예요. 안을 때 그냥 안는 게 아니라 정말 저를 꼭 안고 가더라고요. 그럴 때 정말 뭉클하죠.

 

일을 하며 겪었던 고충이나 어려운 점도 있으셨나요?

제일 어려운 건 아동을 만날 때마다 새롭고 내가 이 아동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항상 고민돼요. 그래서 슈퍼비전을 많이 받는데 슈퍼비전 비용도 만만치가 않아요. 그것도 고충 중에 하나예요. 그렇지만 안 받을 수가 없어요.

*슈퍼비전 : 실제 상담 사례에 대해 슈퍼바이저에게 조언 및 지도를 받는 것.
*슈퍼바이저 : 사회복지기관, 병원 등에서 슈퍼비전을 담당하는 실무경험이 많고 훈련된 전문가.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이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보람이 크다는 것! 아동이 치료가 잘 되었을 때는 보람과 성취감이 상당히 커요. 그리고 모든 시간을 ‘내가 어떻게 치료를 잘하면 되지?’라는 고민에 할애할 수 있고 치료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에요. 치료일지나 보고서 작성하는 게 다 아동치료에 필요한 일이어서 치료사가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또 다른 장점은 자아 성찰이 된다는 거예요. 나의 성찰이 되어있지 않을 경우에는 아동을 나에 의해서 다른 방향으로 보게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해야 되고 아동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나를 되돌아보게 돼요. 그리고 그게 또한 저의 자녀를 양육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요. 또 일을 할수록 본인의 가치가 높아지고 전문성을 살리면서 늦은 나이까지 일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인 것 같아요.

 

자아 성찰하는 과정에서 새로 배운 점이나 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아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저의 자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그래서 자녀의 사춘기 때도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느긋하게 기다려 줄 수 있어서 서로에게 좋지 않았나 싶어요. 자녀를 지지해주면서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놀이치료사로서 상담 일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일 할 수도 있나요?

당연하죠. 선생님이나 부모를 대상으로 교육 또는 상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저는 강의가 재미있더라고요. 치료사의 성향에 따라서 강의가 맞는 분이 있고 상담이 더 맞는 분이 있겠죠. 원한다면 개인 상담뿐만 아니라 집단상담도 할 수 있어요. 또 슈퍼바이저로 자격을 취득하게 되면 슈퍼비전도 할 수 있고 치료사를 양성할 수도 있게 돼요.

 

선생님의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놀이치료사라기보다 아동 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싶어요. 마음의 아픔을 겪고 있는 아동들 또는 병리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을 제가 온전히 마음으로 다 담아서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행복한 성인이 되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예요. 제 입지로써 목표가 있다면 아동 심리치료를 바탕으로 해서 부모교육을 하고 싶어요. 치료를 하면서 느끼는 게 아동이랑 부모는 떼어낼 수가 없고 아동의 현재 문제가 아동의 문제로만 보기는 힘들거든요. 부모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고 있고 부모가 온전히 보살펴줬다면 아동이 이렇게 힘들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전반적으로 부모들이 좀 더 본인의 자녀를 잘 이해하고 양육해서 부모도 행복하고 자녀도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자녀가 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부모교육가가 되고 싶어요. 제가 부모의 영향이 크다고 해서 다 부모의 책임이라고 할 순 없어요. 상호적인 맥락으로 파악을 해야겠죠. 다 부모 탓인 줄 알고 부모님들이 힘들어하시는데 제대로 된 이해가 중요해요.

▲ 놀이치료실에 있는 치료 교구이다. (2)

▲ 놀이치료실에 있는 치료 교구이다. (2)

어떤 사람이 놀이치료사라는 직업과 잘 맞을 것 같나요?

아동을 정말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정말 힘든 아동도 많거든요.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을 하는 아동도 있어요. 그걸 다 버텨 줘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아동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이 잘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또 소명감이 없으면 힘들더라고요. 금전적으로도 공부하는 데에 많이 투자해야 하는데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게 소명감이에요. 아동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소명감을 갖고 있다면 그 외에 성격적인 것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요. 성격은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본인의 성격에 맞는 치료방법을 찾거나 매체를 찾으면 되니까요.

 

놀이치료사라는 직업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동 심리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수련을 통해서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드리고 싶은데 여기서 중요한 건 수련과정을 거쳐야 되고 그 수련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거예요. 수련과정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아요.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임상 수련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학문도 익혀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요. 비용도 들고요. 그런 것들을 예측하고 준비해야 돼요. 수련과정이 힘들 때는 동료들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상당히 의지가 돼요. 조금 앞서는 동료를 보면서 ‘그래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고 초심을 다질 수 있고 힘겨워하는 동료들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도움을 줄 수도 있어요. 만만치는 않지만, 이 과정을 거쳐 비로소 아동을 만나게 된다면 그 보람 또한 상당하니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 설렘, 유익, 즐거움, 감동의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그만큼 몰입했던 인터뷰였다. 아동의 마음을 치료해 주는 일. 세상에 정말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 https://seouljobs.net/%ED%98%84%EC%A7%81%EC%9E%90%EC%9D%B8%ED%84%B0%EB%B7%B0/playtherapist_kimmiseong/